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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은 호주 이민사의 또 다른 큰 줄기
난민선 처리를 둘러싸고 이민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21세기에 처음 실시되는 11월 10일 연방총선거에서도 난민처리와 연관된 이민문제가 최대의 선거 현안으로 부상했다.
본지는 목요일(8일) 발표된 이민성 자료 ‘Federation to Century’s End 1901-2000’을 바탕으로 호주 이민의 역사와 이민정책의 허와 실을 시리즈로 점검해 본다.
2001년 8월 26일, 노르웨이 화물선 탐파선은 호주 해군으로부터 긴급 전문을 받았다. 호주령 크리스마스섬 인근 공해상에서 난민선이 표류하고 있으니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탐파선이 이들을 구조해 주라는 것이었다. 탐파호 선장은 호주 해군의 긴급 요청대로 좌초중인 배에서 433명의 아프간계 난민을 구조해 가장 가까운 항구인 크리스마스섬으로 향했다.
유엔 난민 협약에 의하면, 공해상에서 좌초중인 난민선을 발견하면 이들을 구조하고 가장 가까운 항구에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조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존 하워드 정부는 난민을 구조한 탐파선에 호주 영해 진입 금지를 내리고 난민선의 출발지인 인도네시아로 향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반발한 난민들은 호주로 가지 않으면 바다에 뛰어 내려 자살하겠다고 위협했다. 공해상에서 1주일간 표류하던 탐파선은 크리스마스 섬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하지만, 하워드 수상은 공군특수부대(SAS: Special Air Service)를 동원, 이들로 하여금 탐파선의 통제권을 장악하게 했다. 이후, “호주는 난민을 수용하는데 주권행사를 확실하게 실시할 것”이라고 선언한 하워드 수상은 난민들을 뉴질랜드와 나우루에 분산 수용하는데 성공했다.
8월 초까지 30%선의 지지로 바닥에 머물던 하워드 수상의 인기가 이로 인해 70%까지 급증했으며 연립여당은 획기적인 공약 없이도 상승세를 유지하며 연방총선거에서의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하워드 수상을 수렁에서 건져준 것이 바로 탐파선이었으며, 또한 9월 11일 미국에 대한 테러가 발생하자 그의 인기는 더욱 공고하게 됐다.<
하워드 수상은 선거 운동개시 초반인 10월 초 호주 영해에 진입한 이라크계 난민선에서 “어린아이들을 바다에 내어 던졌다는 해군의 보고를 받았다”며 “아동들의 생명을 볼모로 불법 입국을 시도하는 비인도적인 난민 희망자들은 한 명도 호주 땅에 발을 붙일 수 없다”고 주장, 본격적으로 난민카드를 빼어 들었다.
당시, 하워드 수상은 해군에서 ‘아이들을 바다에 던진’ 현장을 비디오로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하워드 정부는 비디오의 진위여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었지만 끝까지 비디오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킴 비즐리 당수는 “정부는 당장 비디오를 공개해 진위여부에 대한 의혹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또 다시 난민 문제로 노동당이 수세에 몰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주 초부터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인기 하락에 당황한 하우드 수상이 다시 꺼낸 카드는 위험천만한 ‘난민=테러리스트 카드’였다. 하워드 수상은 올해 호주로 몰려든 수천명의 난민 중에는 오사마 빈 라덴의 지휘를 받는 테러집단이 포함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해, 선거일 막바지에 추악스러운 ‘반난민, 반아시아계 이민 정서’를 촉발시켰다.
‘난민집단은 테러집단의 위험성을 내재했다’라는 개연성은 ‘백호주의’의 부활을 연상시키는 ‘집단적 광기’(集團的 狂氣)의 초기 증세로 보인다.
바로 선거일을 며칠 앞두고 호주 지도층 인사들은 하워드 수상의 무자비한 난민 강경책과이에 동조한 노동당 당수 킴 비즐리를 모두 비난하며, “난민에 대한 무차별적 수용거부로 호주의 인도주의가 사라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호주 한인 이민 현황
96년 인구조사 통계 결과 호주인구 17,752,882 중 한국 출신 30,008명으로 전체 인구의 0.8% 차지하고 있다.(2001년 인구센서스 조사 결과는 2002년에 발표될 예정이며 현재 한인 교민수는 장단기 비자 보유자를 포함 5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도별 한인 이민 수치
1975~80 % 1980~85 % 1985~90 % 1990~95 % 1995~2000 %
2,206 0.6 2,726 0.6 7,616 1.2 4,474 1.0 3,402 0.8
하워드 수상의 난민 강경책에 대한 비판 여론에 가장 앞서 있는 인물은 전임 자유당 총재였던 존 휴슨(John Hewson)이란 점이 이채롭다. 휴슨은 “하워드의 재집권은 공약에 대한 편견의 승리이다”라고 통박하며 자유당의 허구를 들춰냈다.
이에 대해, 자유당은 휴슨이 하워드에게 밀려난 이후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고 가볍게 취급했다.
하지만, 자유당 출신의 말콤 프레이저(Malcolm Fraser) 전임 수상 역시 현재의 난민정책은 “인도주의 정신이 결여된 것”이라고 훈계하자, 자유당 집행부는 할말을 잃고 있는 듯 보인다.
호주의 이민 역사에서 난민 수용은 커다란 줄기를 이룬다. 호주는 1년에 난민쿼터를 1만2천명으로 정해놓고 있지만, 11월 초 현재까지 4,000여명 밖에 수용을 하지 않고 있다.
호주상공회의소(Australian Chamber of Commerce and Industry)의 마크 패터슨(Mark Patterson) 회장은 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1년에 2만명까지 난민 수용을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해, 호주의 대표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제기한 난민쿼터 늘리기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패터슨 회장은, 호주는 난민을 포함해 1년에 현행 9만여명의 이민 총 쿼터를 13만명 선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필립 러독 이민장관은 난민쿼터 증가 요구는 구체적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며, 정부는 쿼터를 다 채우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적합치 못한 이민신청자나 난민희망자를 계속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러독 이민 장관은 이민 및 난민심사에서 부적격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억지로 쿼터를 채우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여실히 증명되는 호주의 근대 100년 역사는 난민 수용자에 대한 갈등으로 점철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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